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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세편집위원회
사회

<112호> 꼭꼭 숨어라

by yonseiji 2025. 12. 16.

"뭐야?"

"동성애.”

"아~"

 

     그거면 충분했을까. '나도 잡아가라'라고 악에 받쳐 외치는 목소리들이 정말 그렇게 요약될 수 있었을까. 4월 24일, 연세대학교 정문 앞에서는 육군의 동성애자 색출 사건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횡단보도에 파란불이 들어오길 기다리는 이들의 [각주:1] 분에 호소하는 자리였다. 어째선지 마이크는 나오지 않았고, 할 수 없이 목에 핏발을 세운 채 무심한 뒤통수들을 향해 외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외침이 잘 들리지 않아서인지, 검은 뒤통수들은 '동성애'라는 단어 하나만 간신히 주워들고 잠시 머물다 차례차례 떠나갔다.

     '동성애'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요약을 해낸 그와, 그 설명을 듣고 충분히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그는 그 광경이 대체 무어라 생각했을까. 육군이란 단어를 하나 더 들었다면 무어라 생각했을까. 그들이 연상하고 있을 이미지를 가늠해보는 건 무척이나 쉬운 일이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기자회견 다음 날이었던 25일,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문재인 후보는 "동성애에 반대한다"라고 세 번을 밝혔다. 추후에 해명한 바로는 군대 내 동성애를 찬성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고 한다. 5명의 대선 후보 중 심상정 후보를 제외한 4명이 한목소리였다. 군대 내에서 동성애는 절대 용인될 수 없다는 것. 심지어 홍준표 후보는 동성애를 엄하게 벌해야 한다고까지 밝혔다. 그들에게 군대와 동성애는 무엇을 연상케 했을까.

       동성애자 군인 A 대위가 구속된 지 일주일이 지난 뒤의 일이었다.

 

차별하면서도 차별하지 않는 기묘한 해법

       사실 노골적으로 동성애자를 차별하자고 외치는 사람은 드물다. 동성애자를 차별하지는 말자고 하되, 드라마 내 동성애 장면에 분노하고, 퀴어 문화 축제를 저지하고, 동성 결혼에 반대할 뿐이다. 국방부도 그렇다. 군은 A 대위가 동성애자라서 기소된 것은 아니라고 해명한다. 심지어 국방부는 동성애자 장병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부대관리훈령1까지 가지고 있다. 그저 동성 간 성행위가 문제일 뿐이다.

       세간의 소문과 달리, A 대위는 성관계 동영상을 인터넷에 유포한 적이 없다. 타인을 성추행하지도 않았다. 근무 시간에, 근무지에서 성관계를 맺은 것도 아니었다. 그가 이성애자였다면, 그가 군인이 아니었다면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을 테지만 그는 감옥에 갔다. 일반인과 달리 군인에게는 형법이 아닌 군형법이 적용되는데, 군형법의 제92조의 6은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추행죄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문에 동성애가 명시적으로 언급되어있지 않으나, 동성 간의 성행위가 '그 밖의 추행'에 해당한다고 헌법재판소 등은 밝힌 바 있다. [각주:2]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은 이 법을 근거로 동성애자 군인을 색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전해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육군 수사단은 데이팅 앱에 접속해 함정 수사를 펼치거나, 수사 중인 장병들의 휴대전화 기록을 확보함으로써 동성애자 장병 명단을 작성했다. 그리고 이 명단에 오른 장병들을 대상으로 추행죄를 적용하기 위해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저질렀는지를 추궁했다. 이에 동성애자 장병 20~30명이 입건되었고 그 중 A 대위가 첫 번째로 구속되었다.

       수사의 부당함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연이어 공개되었다. 육군 고등검찰은 이 사건이 발생하리라 예견이라도 한 듯, 송치도 되지 않은 사건에 대한 ‘추행죄 처리 지침 공문’을 하달했다. 위법 행위의 단서를 발견해 수사에 착수한 것이 아니라, 동성애자 장병을 먼저 색출한 뒤 혐의를 씌우려고 했다는 증거가 드러난 것이다. 그 밖에도, 피해 장병들이 함정 수사인 줄 모른 채 수사관들과 대화를 나눴던 메시지와 사진들, 그리고 수사 중 차별적이고 인격 모독적인 발언을 한 수사관과의 통화 녹취 등이 공개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군은 동성애자를 색출하고 처벌하기 위한 수사가 아니라고만 말한다.

 

설득력 없는 법적 논리

       군형법상 추행죄 조항에 대해 이미 여러 번 헌법재판소의 위헌 법률 심판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합의 하의 성관계까지도 처벌할 수 있는 이 조항에 대해 늘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이 법은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강제로 추행을 당한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 아니라는 뜻이다. 대신 헌재와 대법원은 이 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이 '군 기강 확립'이라고 수차례 밝혔다. 항문성교와 그 밖의 동성 간 성행위 그 자체가 군 기강을 훼손하므로 이를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성 간 성행위로 인해 군 기강이 훼손된다고 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된다. 첫 번째는 강제적인 추행이 발생하기 쉬운 군대의 특수한 환경을 고려했을 때 동성 간 성행위가 자칫 성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동성 간 성행위가 도덕관념에 어긋나 일반인에게 혐오감을 일으키는 음란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사유만으로는 군 기강 훼손을 일관성 있게 설명하기 어렵다. 사뭇 이질적인 두 가지 법 논리가 혼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단체 생활을 하며, 위계 관계가 뚜렷한 군대에서 군인 간 성폭력이 발생하기 쉽다는 말은 맞다. 따라서 성폭력에 대한 엄격한 규율과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말도 맞다. 그래서 군형법에는 강간, 유사강간, 강제추행, 준강간, 준강제추행 등의 처벌 조항이 이미 존재한다. 그러나 추행죄는 이 조항들과 성격이 다르다. 동성 간 합의에 따른 성관계까지 처벌하기 때문이다. 추행죄 존속을 주장하는 이들은, 성관계에 합의가 있다 하더라도 군대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비자발적인 합의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논리 또한 이성 간 성관계는 규제하지 않으면서 동성 간 성관계만 규제해야 할 이유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동성 간 성행위에만 추행죄가 적용된다는 점이 차별적이라는 지적에, 헌법재판소는 동성 간 행위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혐오감을 일으키게' [각주:3]  하므로 이성 간 행위와는 다르다고 덧붙인다.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고스란히 드러내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사적 영역에 국가가 개입해 음란성을 판단하려는 시도이기에 위험하다. 길거리에서 나체로 돌아다니면 안 되고, 불특정 다수가 보는 앞에서 성행위를 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공적인 공간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집 안에서는 나체로 돌아다니든, 성행위를 하든 국가는 개입할 수 없다. 그럼에도 사적 영역에서 벌어진 동성 간 성관계를 일반인이 혐오감을 느낀다는 이유로 차별적으로 처벌하려는 것이다.

       이처럼 두 가지 사유는 추행죄의 법적 근거를 타당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사실 이 두 사유는 각각 형법상의 강제추행죄 [각주:4]와 공연음란죄 [각주:5] 에 대응된다. [각주:6]  즉, 군인이 아닌 일반인이었다면 개별적인 법 적용을 받았을 사안들이다. 피해자가 원치 않는 추행을 당했다면 가해자에게 강제추행죄가 적용되었을 테고, 반대로 강제성 없이 합의 하에 이루어진 성행위였다면 강제추행죄 처벌 대상이 아닐 것이다. 공개된 공간에서의 성행위였다면 공연음란죄의 적용을 받았을 테고, 사적 공간에서의 성행위였다면 공연음란죄 처벌 대상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군형법은 군 기강 확립이라는 대의명분 아래 강제추행죄와 공연음란죄의 논리를 두루뭉술하게 뒤섞어 동성 간 성관계만 처벌하고 있는 것이다.

 

음란한 이들과 혈기왕성한 이들

       법원 밖으로 나가면, 더욱 격렬하고 거친 말들이 쏟아진다. 동성애자 장병들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성관계를 맺는 문란한 존재로 그리는 말들이다. 보수 개신교 계열 단체들이 가장 적극적이다. 예를 들어, ‘바른 군인권 연구소’는 성소수자 장병들이 호소하는 차별과 고통은 실상과 다르며 “동성애자에게 군대는 성적 욕망을 해소하는 공간에 가깝다”라고 주장한다. [각주:7]  보수 개신교 계열의 내러티브를 분석하면, 동성애는 과잉 성욕의 발현, 중독적 행위이며, ‘동성애자들은 군대 내에서 마음 놓고 항문 성교를 해왔고’, 이를 용인할 경우 ‘군대가 동성애와 항문성교에 대한 배움터’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각주:8]

       동성애의 중독성과 확산성에 대한 믿음이 특징적이다. 동성애를 성행위에 대한 중독 증상이라고 여기며, 전파와 확산이 가능한 일종의 문화 현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동성애를 단호히 금지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더욱 중독적으로 성에 탐닉하며, 이런 현상은 점점 확대될 위험이 있다고 믿는다.

       이를 조금 더 깊이 살펴보면, ‘혈기왕성한 20대 남성’의 잠재적이고 강력한 성욕이 기저에 전제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전제는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남성의 성욕은 무척이나 강력하여 성에 대해 문제적으로 탐닉하기 쉽다. 가장 위험한 것이 동성애와 항문 성교다. 젊은 남성들이 모여 있는 군대는 이 같은 중독적인 성 문화가 전파되기 쉬운 장소다. 동성애자는 동료 장병에게 항문 성교를 강제로 시도할 것이고, 동료 장병은 이에 ‘전염’되고 ‘중독’되어 동성애자로 변할 것이다.

       2011년 헌법재판소의 군형법 합헌 판결문도 비슷한 논리를 펼친다. 개신교계의 주장처럼 동성애의 전파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보이지는 않지만, 여전히 젊은 남성의 왕성한 성욕과 동성 간 성폭력의 발생을 연관 지어 말한다.

       “절대다수의 혈기왕성한 젊은 남성 의무복무자들이 이성 간의 성적 욕구를 원활하게 해소할 방법이 없는 상태에서 장기간의 폐쇄적인 단체생활을 해야 하므로, 일반 사회와 비교하여 이성 간의 성적 교섭행위보다는 동성 간의 비정상적인 성적 교섭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현저히 높다.”

       지적할 수 있는 문제점은 여러 가지다. 다만 ‘이성 간의 성적 욕구를 원활하게 해소’하지 못해 동성 간 ‘비정상적’ 성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논리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남성의 성욕은 왕성하고, 강력하고, 참기 어려우며, 해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전제로 삼고 있다. 그리고 성폭력은 성욕이 해소되지 않았을 때 우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간주한다. 이성애자 장병들은 물론이고 동성애자 장병 또한 남성이기에, 이성애적으로 (곧, 정상적으로) 해소되지 못한 그들의 성욕은 동료 장병들에 대한 추행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동성애자 장병에 대한 혐오와 공포는 본인들의 비뚤어진 남성관에 대한 자기 고백이 된다. 비누를 주워달라는 선임에게 추행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담긴 해묵은 ‘비누 줍기’ 이야기가 전형적이다. 유독 남성 동성애자들은 상대를 가리지 않고 불쑥 욕구가 솟아오를 것이라고, 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라면 강제력을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자신에 비추어 상상하는 것이다. 그리고 강제력의 원천이 되는 건 남성의 육체적 힘과 군대에서의 위계 따위라는 것 또한 암묵적으로 잘 알기에 선임인 남성 동성애자를 더욱 위협적으로 상상하는 것이다.

       결국, 이들의 남성관이 투영된 동성애자 장병들은 ‘나’와 ‘내 아들’과 ‘내 남친’, ‘내 오빠’를 성추행할 수 있는 잠재적 범죄자들이며, 음란한 존재다. <사진1>

       

또 다른 단면

       한편, 이 같은 남성 중심적 시각과 남성 성욕에 대한 과잉 해석은 이성애자 남성의 이해에 따라 변용된다. 예를 들어, 이성 간 성폭력 사건에서 남성 가해자를 너그럽게 봐주거나, 범죄 발생의 책임을 여성에게 돌리는 등의 태도가 자주 포착되곤 한다. 그리고 이런 태도는 남성 동성애자를 동료 장병을 성추행할 공포와 경계의 대상으로 취급했던 것과 무척 다르다. 그러나 이런 차이는 같은 뿌리에서 출발한다. 이런 이중성을 명확히 보여주는 이가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이다.

       2015년 2월 당시 1군사령관이었던 그는 군내 성폭력 사건의 책임을 여군에게 돌리는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었다. 여단장이 휘하에 있는 여군을 성폭행한 사건에 관한 회의를 진행하던 중, 그는 피해자를 두고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명확한 의사표시를 했어야 했고” 등의 발언을 했다고 알려진다.

       여성의 ‘명확한’ 거부와 저항이 없는 한, 암묵적인 동의와 합의가 있었다고 가해자 남성이 간주할 만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성 간 성교는 기본적으로 문제없고 정상적이라는 이성애자 남성 중심적인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피해자의 ‘충분한 수준의’ 거부와 저항이 입증되지 않으면, 남성 가해자는 잠깐의 실수를 한 것으로 여겨지거나, 가해자도 잘못했지만 피해자도 잘한 것은 없게 되거나, 심지어는 짧은 치마를 입고 밤늦게까지 술자리를 가져서 오해하게 만든 피해자의 행실이 문제가 되곤 한다. 동성 간 성행위는 합의 하에 이루어졌더라도 그 자발성을 의심하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모순적이다.

       성폭력의 근본적인 원인은 사실 남성의 충동적인 성욕에 있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와 가해자 간의 권력 차이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해왔다. 남성의 성욕이 실제로는 자제 불가능한 것이 아니며, 성욕을 과잉 해석하는 것 그 자체가 남성 중심적 성문화의 현상이기 때문이다. 남성 중심적 성문화에서는 자연스레 남성은 능동적이고 여성은 수동적인 존재가 되며, 이는 성폭력의 원인이자, 성폭력을 정당화시키는 근거가 된다.

       결국 20대 남성의 혈기왕성함이 강조되면 강조될수록, 이성 간의 관계에서는 여성의 명확하지 않은 거부와 지나치게 짧은 치마를 성폭력의 원인으로 지목하게 되고, 남성 간의 관계에서는 일체의 동성 간 성행위를 금지해야 할 필요가 생기게 된다. 방향이 다를 뿐 논리와 모양새는 같은 것이다. 이성애자 남성 중심적인 사고의 결과물이다.

 

군은 무엇을 지키고자 하는가

       추행죄로 지켜내고자 하는 ‘군 기강’이 궁극적으로 무엇인지 의문스러워진다. 군 기강이 필요 없다는 소리가 아니다. 표준적 행동 요령과 생활 규범의 보급을 통해 위기 상황에 대한 대응을 효율화하는 측면도 있고, 최전선에서 국가를 수호하는 봉사자로서 도덕성과 모범성을 갖춰 명예와 품위, 존경을 지켜내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법리적으로도 타당하지 않은 추행죄는 편견을 조장하며 구성원을 철저하게 차별하고 배제하고 있다. 군 기강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하지만, 추행죄 존속을 요구하는 이들은 정작 군 기강이 무엇인지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대신 그들의 언어와 사고는 지극히 이성애자 남성 중심적이고 폭력적이다.

       미군은 다르다. 동성애자 장병이 색출되고 처벌받는 한국에서 복무 중인 현 주한미군 부사령관 태미 스미스는 레즈비언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마지막 육군 장관 에릭 패닝은 게이였고, 트럼프 행정부가 지명한 그의 후임자 마크 그린은 ‘트랜스젠더가 병이다’라는 발언이 알려져 낙마했다. 성별과 성적 지향, 성 정체성과 무관하게 동성애자도, 트랜스젠더도 군에 복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군대 내에서의 LGBT 포용 정책이 단순한 이상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안보를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문제라고 말한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재능을 모두 끌어 모아야 한다. 성 정체성은 중요하지 않다." [각주:9]

       물론 미군에도 성소수자 차별은 존재했다. 우리나라 군형법의 원형이라고 할 수도 있는 소도미법(Sodomy Law) [각주:10] 이 대표적이다. 동성애는 변태적 행위이기에 처벌받아야 한다고 규정한 법이었다. 이는 2003년에 폐지되긴 하였으나, DADT(Don’t Ask, Don’t Tell)라는 또 다른 법이 20년 가까이 유지되었다. DADT법은 군이 장병들의 성적 지향을 묻지도 말고 (Don’t Ask), 장병들 또한 성적 지향을 밝히지 말라 (Don’t Tell)고 규정했다.

       이는 과거의 소도미법이나 우리나라의 현 군형법 보다는 선진적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가 많았다. 성소수자 장병들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문제점도 있었고, 성소수자 차별을 더욱 음성화한다는 문제도 매우 컸다. 성소수자임이 암묵적으로 부대 내에 알려져 차별을 받더라도, DADT법 때문에 자신의 성적 지향으로 인한 차별을 공개할 수 없었던 것이다.

       성소수자 장병들은 있어도 없는 듯 숨어 지내야 했고, 이 DADT법을 철폐하기 위해 오랫동안 투쟁이 이어졌다. 투쟁의 논리 중 하나는 이 법이 군의 핵심 가치를 훼손시키고 있다는 것이었다. 달리 말해, 이 법이야말로 군 기강을 해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왜냐하면 군은 장병들에게 거짓말을 하도록 강요하고 있는 셈이었기 때문이다. 미군 장교이자 LGBT 인권 활동가였던 댄 최(Dan Choi)는 거짓말을 종용하는 건 비도덕적인 일이며, 웨스트포인트 사관학교에서 자신이 배운 모든 것을 부정하는 일이라고 했다. [각주:11]  군인이 지켜야 할 명예의 가장 기본은 정직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군이 지켜야 할 기강은 새롭게 쓰여야 한다. 안보를 위해서라면 누구 하나 배제하지 않고 모두의 재능을 동원해야 한다. 명예를 위해서라면 숨어 지내고 거짓말하도록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안전을 위해서라면 성폭력의 원인이 되는 폐쇄적이고 위계적인 환경을 고쳐야 한다. 중앙도서관 앞에 붙은 ‘나도 잡아가라’라는 대자보들은 묻고 있다. 군은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

 

참고문헌

       “육군 동성애자 군인 색출 사건 관련 1·2차 기자회견문”, 군인권센터, 2017. 4.

       『「군형법」추행죄 위헌소송(2008-2011년)에 나타난 동성애 담론 분석 : 한국 사회 동성애 담론에 대한 군대의 영향』, 추지현, 서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2

       강간’과 ‘계간’ 사이: 군형법상 “강간과 추행의 죄”의 법담론』, 추지현, 한국여성학 29(3), 147-180, 2013 

       『2008헌가21 결정문』, 헌법재판소, 2011. 3. 31.

       『2012헌바258 결정문』, 헌법재판소, 2016. 7. 28.

       “'게이 육군장관'이 탄생하기까지”, MECO,『DUIRO』 Vol.2, 2017. 2. 20

 

  1. 국방부 부대관리훈령 제253병영 내 동성애자 병사는 평등하게 취급되어야 하며, 동성애 성향을 지녔다는 이유로 차별받지 아니한다 [본문으로]
  2. 헌재 2011. 3. 31. 2008헌가21, 헌재 2016. 7. 28. 2012헌바258 [본문으로]
  3.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례를 통해 확립된 군형법상 추행 정의의 일부. “계간(항문 성교)에 이르지 아니한 동성애 성행위 등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성적 만족 행위로서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침해하는 것[본문으로]
  4. 형법 제298. 군형법상 추행죄와 달리 폭행 및 협박 등의 강제성이 수반된 추행만을 처벌한다. [본문으로]
  5. 형법 제245. [본문으로]
  6. 『「군형법」 추행죄 위헌소송(2008-2011)에 나타난 동성애 담론 분석 : 한국 사회 동성애 담론에 대한 군대의 영향』, 추지현, 서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2 [본문으로]
  7. 동성애자 만화에 등장하는 군대는 어떤 모습일까?”, 국민일보, 백상현, 2017. 4. 25.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1424343&code=61221111&cp=nv [본문으로]
  8. “‘군 동성애(항문성교) 합법화에 반대하는 성명서”, 바른 성문화를 위한 국민 연합 등 보수 시민 단체 기자회견, 2016. 6. 15. [본문으로]
  9. “Five Years Since Repealing ‘Don’t Ask, Don’t Tell’”, 2015. 12. 23. https://www.facebook.com/notes/president-obama/five-years-since-repealing-dont-ask-dont-tell/437067553149757 [본문으로]
  10. 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소돔과 고모라 이야기에서 이름을 따온 법으로, 미국뿐만 아니라 여러 국가에서 동성 간 성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으로 쓰였다. [본문으로]
  11. “'게이 육군장관'이 탄생하기까지”, MECO, DUIRO Vol.2, 2017. 2. 20. http://mecovibre.tistory.com/9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