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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세편집위원회
사회

<114호> 월경 혐오 - 구전부터 시작된 이야기 (2) _편집위원 라미

by yonseiji 2025. 12. 17.

 

 

월경은 마법이 아니다.

하필 교회 수련회에서 첫 월경을 시작했다. 분명 언니가 처음 월경을 시작할 때 바로 옆에 있었지만, 모든 일이 비밀리에 이루어져 언니의 월경에 대해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이미 월경중인 사람이 가족 중에 두 명이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나에게 일어날 일’ 이외에 어떠한 것도 알지 못했다. 당연하게도, 첫 월경의 이미지는 무섭고, 징그럽고, 수치스럽고, 회피하고 싶은 것이었다.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어린 아이가 성기에서 피를 흘리는 경험을 유쾌하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축하한다는 말을 건네는 엄마와 어린 동생이 뒤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할까봐 걱정하는 언니를 보면서 ‘이상한 느낌’은 더 커졌다. 절대로 적응할 수 없을 것 같은 전대미문의 사건이었지만, 그렇게 느끼는 나의 감정을 어디에도 이야기할 수 없었다. 내가 월경을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는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축하한다는 말과 다르게,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게 생리대를 처리하는 법, 냄새가 나지 않게 하는 법, 팬티에 얼룩이 남지 않게 손빨래를 하는 법부터 배웠다. 꼭 부끄럽고 이상한 일을 숨기는 느낌이었다. 왜 생리용 속옷이 검은색이 아닌 하얀색인지, 왜 땀과 흙먼지가 묻은 옷은 세탁기에 넣어도 월경혈이 묻은 속옷은 (핏기를 제거해도) 화장실에 쪼그려 앉아 손빨래를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해결되지 못한 채 덮여버린 그날의 감정과 의문은 아직도 트라우마처럼 선명하고, 불쾌하게 남아있다.
 
가족의 대처도 아쉽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월경을 시작할 만한 나이의 아이들이 모이는 수련회에서 아무런 준비가 없었다는 사실이 더욱 경악스럽다. 교회에 엄마와 언니가 없었다면 홀로 휴지로 칭칭 감아 애를 쓰다가 이불과 옷에 묻어 모든 아이들이 알게 되지 않았을까. 월경은 자신만이 알고 있어야하는 극비리의 비밀이기 때문에 교회나 학교에서 선생님의 도움을 기대할 수도, 급한 상황에서 생리대를 구할 방법도 없다. 어렸을 때는 볼일이 급할 때 선생님이 화장실에 가는 것을 도와주기도 하지만, 월경에 관한 도움을 요청하라는 이야기는 절대 교육되지 않는다. 어디 첫 시작이나 긴급 상황뿐일까. 지금도 월경은 ‘마법’, ‘그날’ 등으로 불리고 생리대는 파우치에 넣어 숨겨야 하는 물건이다. 편의점에서 생리대를 사면 검은 봉지에 담아주고, 검은 봉지가 없으면 신문지에 싸주기까지 한다. 여고에서는 생리대를 빌려달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던져서 전달해준다는 이야기가 신기한 전설로 여겨질 정도다.
    
내 남친 설레는 썰’

여성은 아직도 월경혐오에서 해방되지 못했다. ‘페미니즘 리부트 [각주:1]
’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월경에 관한 담론조차 남성과 연관된 것이었다. 월경 중에 섹스를 해도 되는지를 묻는 질문이나(월경 중 섹스를 ‘떡볶이’라 표현하는 저급한 언어도 활발하게 쓰인다), “너 오늘 왜 이렇게 예민해? 그날이야?”등이 우리가 접한 월경에 관한 이야기의 전부였다. 여성은 ‘죽을 것 같은’ 생리통 외에 감히 자신의 경험담을 늘어놓을 수 없는 분위기였고, 월경에 무지한 남성들은 ‘쌀 것 같으면 좀 참아’, ‘생리대의 소형, 중형, 대형은 엉덩이 크기에 따라 나뉘는 것이다’ 등의 이야기를 쉽게 내뱉었다. 월경에 관해 약간의 지식이 있는 남성은 핫팩, 초콜릿 등을 챙겨주고 ‘벤츠남’에 등극할 수 있었다. 심지어 지난 10월에는 월경혈이 샌 여성에게 일부러 딸기우유를 흘리고 겉옷을 벗어준 남성의 이야기가 화두에 올랐다. 게시글의 ‘좋아요’는 9.5만을 넘어섰고, ‘설렘 폭발 SNS 글’이라는 제목으로 기사에도 여러 번 실렸다. 하지만 월경은 소변처럼 양이 많지 않기 때문에 새봤자 다른 사람이 알기 힘든 수준이며, 자리에 앉아있었기 때문에 월경혈이 묻은 엉덩이 부근을 보기도 힘들다. 그런데 그것을 알아채고 도움을 줬다는 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게다가 처음부터 겉옷을 빌려주면 될 것을, 굳이 딸기우유를 흘렸다는 점도 이해하기 힘들다. 우유는 묻어도 되고, 월경혈은 묻으면 안 되는 것이다. 사전에 합의가 된 것도 아닌 상태에서 일부러 우유를 흘린 것인데, 그것이 ‘무례함’이 아닌 ‘도움’임을 그는 알고 있었나보다. ‘우유남’은 댓글에 나타나 자신을 밝히고, 자상하다는 온갖 찬사를 받았다. ‘내 남친’, 혹은 ’우유남‘의 설레는 이야기를 볼 때마다 월경이 소비되는 방식에 걱정과 의문이 든다. 여성 당사자의 실제적인 역경과 고난의 월경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남성이 알지 못하는 월경, 혹은 남성이 도와준 월경 ’썰‘ 뿐이다.
 
급기야 요즘은 ‘생리충’ 혹은 ‘생리하는 여자 귀엽다’까지 혐오가 진전됐다. ‘생리충’은 남성 커뮤니티에서 여성을 싸잡아서 표현하는 언어로, 여성이 생리로 으스댄다는 뉘앙스를 갖고 있다. 생리결석계, 생리휴가 등을 역차별로 바라보는 것과, 여성의 생리통과 생리전 증후군을 꾀병으로 바라보는 맥락이 담겨있다. 반면, 월경을 하는 여성을 아기 낳을 준비를 하는 것이므로 귀엽다는 관점으로 바라보는 담론도 있었다. 네이트 판에 올라온 글은 다음 카페, 페이스북 등 수많은 인터넷 사이트로 퍼졌고, ‘청순한 애들이 생리하면 아이러니하고 귀엽다’ 등의 이야기가 더욱 공분을 샀다. 남성의 월경혐오는 임신과 연관된 성역화이거나 아예 터부시하고 싫어하는 형태, 양극단으로 나타난다.

두통, 치통, 생리통을 한 번에!

월경혐오는 월경에 관한 지식이나 담론이 턱없이 부족하고, 터부시되는 ‘말’의 수준에서 그치지 않는다. 월경용품 중 대표적인 생리대는 수많은 부작용이 나타났음에도 전성분을 표시하지 않고,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국가 차원의 배려나 조치없이 비싼 가격으로 책정된다. 게다가 상품 자체의 디자인이나 CF에서는 예쁘고 마른 여성이 흰 원피스를 입고 하얀 침대에 누워있는 이미지나 향기로운 꽃밭을 그린다. 급기야 연분홍색 옷을 입은 남성 아이돌 그룹이 ‘그녀들을 더 포근하게, 더 특별하게, 더 편안하게, 더 부드럽게’라는 말을 하는 광고를 찍기도 했다. 아무리 편한 생리대가 나와도 월경이 포근하고 특별하고 편안하고 부드러울 수는 없다. 무릎이 찢어져 피가 나는 사람에게 저런 문구를 들먹이며 밴드를 광고하는 것을 본 적도 없다.
 
생리대만의 문제가 이렇게 많은 지경인데, 생리컵은 식약처에서 판매 허가가 나지 않아 구매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생리컵, 탐폰 등은 월경용품이라는 인식조차 없어서 여성에게 생리대 하나의 선택지밖에 없다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넓은 의미의 월경용품인 핫팩이나 찜질팩은 여름에 편의점에서 구매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일회적이지 않은 상품은 가격대도 높다. 보다 건강과 직결된 약도 마찬가지다. 진통제에 내성이 생길 수 있어서 최대한 참다가 적은 양을 먹어야한다는 터무니없는 의식은 유독 생리통에서만 만연하였다. 생리통이 심해 남편에게 약을 부탁했는데, 진통제 대신 비타민을 주고서도 당당했다는 이야기도 인터넷을 떠돌았다. 자궁을 ‘아기의 집’으로 바라보면서 아기에게 조금이라도 해로울 것 같은 요소를 차단하려는 맥락이 담긴 것이다. 모든 월경용품이 그렇듯, 약은 가격도 비싼 편이다.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통증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진통제로 통증을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수준이다. 암도 고치는 세상에서 인구의 절반쯤이 ‘두통, 치통, 생리통을 치료한다는’ 진통제 한 알에 의지하는 것이 말이나 되는가. 여전히 월경통증과 월경은 개인이 혼자의 힘으로 해결해야 하는 영역이다. 그나마 있는 제도인 생리결석계와 휴가는 역차별로 치환되고 교수 혹은 직장 상사의 자율적 판단에 맡겨있다. 강의 오리엔테이션마다 생리결석계를 오용하는 학생이 있으니 받지 않겠다거나 조심하라는 식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실제 생리결석계를 오용하는지를 교수가 어떻게 알 수 있는지 의문이다. 생리결석계는 한 달에 한 번밖에 사용하지 못하며, 사람마다 생리주기는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학생은 생리결석계를 낼 때마다 교수의 눈치를 보는 선에서 끝나지만, 직장인에게 생리 휴가는 사직서를 내는 행위와 다름없다. 불성실한 사람, 생리휴가를 남용하는 사람 취급을 받고 온갖 불이익을 감당해야한다.
 
건강하고 당당하게 월경에 치얼스 [각주:2]


올해는 생리대 발암물질 논란으로 전국이 시끄러웠던 한 해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급하게 생리대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발표를 냈지만, 졸속으로 이뤄진데다가 생리대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은 “생리대에서 다이옥신 등의 발암물질이 검출될 수 있는데 전 성분을 조사하지도 않고 안전하다고 발표한 것은 여성의 고통을 외면하는 처사”이며 “생리대에 유해물질이 포함되면 적은 양이라도 일반적인 피부독성과는 다를 수 있다”라고 했다. 게다가 생리대를 쓰면서 여러 부작용이나 심한 생리통을 겪은 여성들이 생리컵이나 탐폰으로 바꾸면서 증상이 나아진 사례가 우후죽순으로 등장하는데, 생리대 회사나 식약처에서는 이에 대해 아무런 답변을 하고 있지 않다.
 
생리대 파동은 하루 이틀 만에 벌어진 일이 아니다. 2006년 10월에 한 생리대에서 암 유발물질인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된 적이 있고, 2011년 8월에는 생리대 29개 중 27개가 밀봉되지 않은 채 판매되어 위생 문제가 제기된 적 있다. 2014년에는 미국의 여성환경단체 WVE(Women's Voices for the Earth)가 생리대에서 세계보건기구(WHO)가 발암물질로 규정한 성분을 밝혀내기도 했다. [각주:3] 생리대의 위험성논란은 끊임없이 발생했지만, 아직도 생리대는 전성분을 표시하지 않고 있다. 결국 여성들이 스스로 생리대 대체품을 찾아 나섰고, 가장 믿음직스럽던 생리컵은 품절되기까지 했다. 수많은 여성들이 공포와 불안에 휩싸이며 생리컵을 국내에서 판매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를 지켜보던 남성들은 ‘생리컵을 쓰면 질이 늘어난다’, ‘(식약처에서)생리대 발암물질 검출 안 됐다는데 왜 유난이냐, 생리컵이나 검사하고 써라’ 등의 도를 넘은 반응을 보였다. 안전한 용품조차 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월경은 여성 개인만의 문제인 것이다.
 
『언니의 폐경』을 쓴 김훈은 아직도 사과한마디 없이 한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작가의 위치에 있다. 남성이기 때문에 모를 수밖에 없다며 그를 당당하게 옹호하는 반응이 대부분이지만, 우리는 소설가가 형사이거나 범죄자라서 범죄수사 장르를, 의사라서 의학 장르 소설을 쓸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다. 오히려 작가이기 때문에 여성의 월경과 완경에 대해 더 공부하고 더 조사하고 더 신중한 태도로 임했어야했다. 김훈뿐만이 아니다. 월경을 터부시하고 여성 개인의 은밀한 문제로 몰아가는 사회적 관습과 분위기를 타파하는 것은 여성과 남성 모두의 몫이다. 월경혐오를 만들어내고 그대로 답습한 것은 여성 혼자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당당하게 월경을 월경이라 부르는 데서 시작하면 좋을 것 같다. 일상에서도 “오늘 왜 이렇게 예민해? 그날이야?”라고 할 것이 아니라, 여성이 생리결석계나 휴가를 당당하게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해야 한다. 제도적으로는 ‘여성환경연대’가 실천중인 대안생리대 확대와 보급, 여성건강 교육, 생리대 유해물질 감시 등의 활동에 참여하고 힘을 보태는 것이 있겠다. 우리가 꿈꾸는 사회는 5월 28일 ‘월경의 날’이 더 유명해지는 것이 아니라, 몸에서 일어나는 일을 굳이 세계적인 일로 지정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다. ‘몽정의 날’ 따위가 없듯, 여성의 몸과 건강권이 더 이상 침해받지 않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부단히도 노력해야 한다.


라미(ramee99@naver.com)

 

 

  1. http://instiz.net/pt/3896984 참고. [본문으로]
  2. 여성환경연대 5 26일 월경의 날 기념 기자회견 제목. [본문으로]
  3. 매달 내 몸이 위험하다?…‘월경의 날되짚어보는 생리대 안전”, 경향신문, 2017. 5. 26. [본문으로]